단편[엘리스, 토끼 그리고 손목시계]

- 현재 -

 

 

'짝'

 

손이 고운 사람이 여자를 잘때린다고 한다. 그런 이유로 손은 그녀의 빰을 핧고 지나간다.어디서 부터 잘못된건지 이해하기 힘든 시점이다. 처음부터? 이야기를 하기위해 술집으로 자리를 옮긴 그 시점?정신이 사납다. 손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기라도 하는 모양으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. 자꾸만 손가락이 떨린다. 자기들끼리 징계라도 하는 모양이지. 위험하다. 생각이 자꾸만 벗어난다. 웃음이라도 흘리면 위험한일이지.

 

- 과거 -

 

[ 그만 좀 하자. ]

[ 뭘? ]

[ 당신 이러는 것. 남편되는 사람이 알면 기분 나빠할 텐데. ]

[ 흐음 호칭이 변했네. 좋은 테도야. ]

 

이 여자, 너무 잔인하리만치 여유롭다. 이십여년간의 긴 인연 속에서 그녀는 항상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강자였다.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했던가. 미움이 마음을 채운 순간에도 그녀는 우위를 놓치는 법이 없다.

 

[ 더 이상 "매형" 이라고 부르지 않겠다는 건, 내가 좋을 데로 생각해도 되겠지? ]

[ 착각은 바로 잡아주고 싶지만, 길게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까 그 부분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. 무슨생각으로 남의 일거수 일투족에 그렇게 대단한 관심을 표현하시는거지? ]

[ 동생에 대한 누나의 관심정도? ]

[별로 달가운 이야기는 아닌데. 이젠 별로 당신이란 여자랑 엮이고 싶지 않거든. 더군다나 나도 성인이 된지 제법 시간도 지났고 말이지. ]

[ 보험 약정만 봐도 아직 성인이 되려면 멀었던 것 같은데? ]

[ 말꼬리 잡지마. 내가 성인이든 성인이 아니든 당신과 엮이고 싶은 마음 눈꼽만치도 없으니까. 어릴적 이웃 사촌 정도로 만족하자고. 당신이란 여자 이젠 지긋지긋하다 못해 이젠 무서워. 당신이란 여자 이제 제발 좀 피하고 싶어. ]

 

그녀의 눈 꼬리가 그늘게 휘어진다. 일반론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저런 것, 눈웃음이라 불리우는 것이다.

 

[쓸데없는 소리. 나 너에게 소중한 사람이야. 그렇지 않아?]

 

악마는 성직자를 타락시키고, 돈은 테레사를 창부로 만들었으며 자본주의는 게바라를 상품화시켰다. 그리고 그녀는 나를 옭아 매고 있다.

 

- 현재 -

 

'짝'

 

그녀의 표정에 변화가 없다.

 

'짝'

 

볼에 차가운 것이 다녀갔다. 곧 뜨거운것이 다가온다. 만져보진 않았지만 핏물이 베어 나오는 것 같다. 지독히도 현실감이 없다. 현실감이 현실감이 현실감이 현실감이 ... ...

 

'짝'

 

비로소 현실이 접근해 온다. 아 숨쉬고 있구나. 이 현실에서 숨을 쉬며 존재하는 주체를 찾았다. 그러나 그녀에겐 변화가 없다. 급격히 현실이 멀어져만 가고있다.

 

'짝'

 

주체는 더 이상 없었다. 또 한 번의 뜨거움과 차가움이 다가온다. 그리고 놀랍게도 현실이 다가온다.

 

 

- 과거 -

 

 

[ 당신 역겹군. 역겨워. 당신이 한 아이의 어머니라는 것, 구역질나. ]

[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 너에게 소중한 사람이야. ]

[ 당신 토끼일진 몰라도 체셔고양이는 아니야. 다행이지. ]

[ 고양이라도 키우나 보지? ]

[ 호시탐탐 나를 노리는 토끼보다 낳지. 간은 있어도 심장은 없는 누구랑은 달라서. ]

[ 축하해 줄까? ]

 

그녀의 지위가 무너진다. 과거의 명가는 무너짐으로 그 생을 마감한다. 당신으로부터 탈출 할 수 있어. 두려움이 스친다.

 

[ 다행이 아직 고양이가 집에 오진 않은 모양이군. ]

[ 원래 고양이들이 그렇잖아. ]

 

 

그녀의 눈이 다시 매력적인 굴곡을 그린다. 과거였건 현재였건 명가는 그만한 저력을 가지고 있어서 두려운 것이다. 당장의 승률따위는 한 순간에 바보로 만들 수 있는 저력.

 

[ 난 아직 너의 소중한 사람인것 같네. 그렇지? ]

 

바벨은 무너졌다. 공든 탑은 같은 언어를 씀에도 불구하고 돌 위에 돌 하나를 용납하지않고 무너져 내렸다.

 

 

- 미래 -

 

하얀 아무런 무늬를 허락하지않은 침대의 시트가 살갇을 스친다. 그리고 매끄러운 피부. 그녀의 볼이 발갛게 자욱이 남았다.

 

[ 빌어먹을 이군. ]

 

그녀는 작은 손목시계를 찬 토끼. 온 집안의 풀 쪼가리를 거덜내고 이제는 나를 잡아먹어버린, 여왕을 폐위시키고 티타임을 여는 트럼프들의 여왕.

 

[ 우울하군. ]

 

 

- 조금 더 과거 -

 

[ 어디야? ]

[ 어딘지 신경 좀 꺼줬으면 좋겠는데. 당신 이럴시간 있으면 매형이랑 밀린 숙제라도 좀 하는게 어때? 그런거 이혼 사유감이라고. 운 좋게 비싼 사냥감을 잡았으면 소중히 다루셔야지. 당신 능력이상의 포획물인데. ]

[ 자식 키워봐야 헛 거라고 한탄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. ]

[ 당신 주변에 결혼하고 비싼돈 처 발라봐야 소용없다며 한탄하는 분이 좀 더 급한것같은데. 이 쪽은 신경쓰지 말라고. 혈연이란 것 원래 지독한 것이라서 이 정도로는 끄떡도 안하지. ]

[ ... ... ]

[ 할 말 없으면 이상. 바쁜몸이라서. ]

 

 

- 과거 -    

 

[ 소중한 사람에게 함부로 하면 후회하게 돼. ]

 

목소리가 울린다. 그녀는 공간을 무시하고 존재하는가?  그녀의 손목시계가 반짝거린다. 아아 저 시계. 오늘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오셨군. 결혼반지보다 심장 가까이에 존재하는 시계가 시야를 흐리게 한다.

 

[ 당신 무서운 여자야. ]

[ 새삼스레. ]

 

저 섬세함이 사냥감을 궁지로 몰아 간다. 불행이도 사냥감은 정해진것 같고 마지막 발악만 남았다.

 

[ 당신 혐오스러워. ]

 

'짝'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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